The Photograph/Photo&Essay...(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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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관한 고찰
길이란 건, 직선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구불구불하거나 중간에 끊어지거나 다시 이어지거나 교차로가 있거나 좁아지거나 넓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걸음씩 걷다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내가 이 길로 가야지! 했던 길은 도저히 내가 지나기 어려운 길이거나 힘든 길인 경우도 있었고, 내가 정말 이 길이 내 길이야! 라고 생각했던 직선도 알고 보니 나의 것이 아니였던 경우가 있었던 거죠. 매번 그랬습니다. 나는 분명 옳다고 알려진 길을 걸어왔을 뿐인데 항상 내 앞에 놓인 것은 일방통행의 길이 아닌 갈림길의 연속이였습니다. 프로스트의 시에서도 걸어가야할 길에 대한 고찰이 나옵니다. 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보여줍니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
2021.02.21 -
헤어짐, 떠나보냄...그리고 만남
나는, 가끔 일몰을 보기 위해 2시간을 넘어가며 운전하면서 서쪽으로 열심히 이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붉어진 태양과 그 빛에 물들여진 갈대와 돌에서 반사되는 붉고 따듯한 빛물결을 보고 있자면 마음 속까지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어간다. 우리는 항상 "맺음"을 힘들어한다. 헤어짐... 죽음.. 멀어짐... 시한부진단... 이별과 체념....다양한 경험이 있지만, 모든 경험들이 본질적으로는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엔 멍하다. 그리고 원망한다. 왜 떠냐가냐고, 이제 내가 지겨워졌냐고... 그럴꺼면 멀리 꺼져버리라고... 상실, 내 손에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 무언가가 마치 손에 움켜쥐고 있었던 모래 알들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 듯이,마치, 언제 줄어들어든지 모르겠는, 입 속의 사탕이 ..
2021.01.24 -
시간을 멈추는 법
시간이란 것은 방향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내 맘대로 흘러가는 것을 멈추거나 휘게 할 순 없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과거의 일부분을 기억이라는 생각으로 추억할 뿐이다. 그래서 사진이 매력적인거 같다. 남과 나누지 못하는 나만의 기억의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그 감동을 나누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웃게 만들어주는... 때로는 단 한 장의 순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그것. 사실 묘사와 예술적 감성 그 어딘가쯤에 가만히 서 있는 이 녀석을 나는 좋아한다. 앞으로도 많이 좋아할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명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 "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다. 지난 날의 보잘 것 없는 일상까지도 기억이란 필터를 거치고 나면 흐뭇해진다. " -
2019.05.07 -
돌고돌아 제자리입니다.
10대 때는 빨리 대학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빨리 맘대로 할수 있는 성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20대 때는 빨리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야 내 맘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빠르게 지나간 20대... 30대가 되면 뭔가 어렴풋이나마 길이 보일 줄 알았는데.... 길이 보여서 따라가는게 아니라, 더듬더듬... 때로는 헤매면서 나만의 길을 새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더군요. 돌고돌아, 제자리입니다. 앞으로 가야할 지, 옆으로 가야할 지, 후퇴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지는 날입니다.
2019.01.14 -
The Sunset1 제주의 일몰
퇴근 후, 떨어져 가는 태양을 찾아 열심히 달렸지만, 해는 이미 수평선을 넘어버렸다.인생도 타이밍의 연속이다. 나에게 수많은 기회가 오지만,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잡지 못한다.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나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나보다.붉은 모습만 볼 수 있었지만, 마음은 무언가 편안했다.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나도 비워야 할 때는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겠구나. 욕심을 내려놓을 때도 필요 하겠구나...하고 구엄리의 돌염전을 찾았다. 퇴근 후 바로 달려왔는데 이미 좋은 자리는 다른 사진찍는 분들이 차지하고 있다.역시 일몰 명당은 명당인가보다. 역시나 빠르게 달려왔음에도 태양은 이미 바이바이.. 그런데 더 멋진 광경이 맞아주었다. 지평선을 넘은 태양의 몸부림을 구름은, 빨간..
2018.10.18 -
마음 속 구멍 혹은 반창고
내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일 뚫린거 같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 구멍을 뚫어놓은거 같아서 내가 계속 채워넣고, 채워넣어도 끊임 없이 새어 나가버리는 커다란 구멍이 있다.발버둥 치고 발버둥 쳐도 계속 빠져들기만 하는 모래구덩이 처럼 나의 마음의 여유, 삶의 원동력들이자꾸만 빠져나간다. 마치 사진처럼 내 몸 한가운데 커다란 네모난 구멍이 난 것 처럼.... 사진은 아마 또다른걸 의미할수도....노란색 구멍일고 볼 수도, 내 마음의 아픔을 막아주는 노란색 반창고라고도 볼 수 있을거 같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사진.이래서 나는 사진을 찍는다.
2018.09.29